마이클 클레이튼과 S 중공업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을 보다

 
"모든 진실이 조작된 거대한 음모,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가?"

 영화 홍보용 카피이다. 사실 영화는 홍보 카피만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진실이 조작된건 맞지만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뻔히 알 수 있으니. 그러나 매력있는 영화다. 진실과 거짓을 둘러싼 사람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했고, 조지 클루니가 멋있기 때문이다. ㅋㅋ 

 간략한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죽음의 제초제로 480명이 넘는 희생자를 만든 U North 社. 피해자들이 가만 있을 수 있나? 30억 달러가 넘는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KBL(Kenner, Bach & Ledeen)이라는 뉴욕 최고의 로펌에서 U North 社를 변호한다. 클레이튼과 친구이자 KBL 로펌 최고의 변호사 '아서'가 이 사건을 맡았다. 하지만 '유능한 아서'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U North 社의 제초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부 문건을 발견한 것! 아서는 쓰레기 같은 회사를 변호하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진실을 폭로하려 하지만... 그만 '아서'라! 진실을 조작한 U North가 가만히 있겠는가!

▲ 마이클 클레이튼이 '해결사'로 근무하는 로펌. 인테리어 상태가 좋은 걸로 봐서... 분명 돈이 많은 게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클레이튼의 친구 아서, 클레이튼, U North 社 직원 카렌

 
U North의 재수없는 여직원 '카렌'이 주도면밀하게 아서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피할 수 없으면... 죽여라.'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거대 자본의 힘을 보다

 '카렌'으로 대표되는 U North 社는 왜 진실을 왜곡하는가! 돈이다. 돈 때문이다. 30억 달러의 소송금액, 그리고 회사의 명성이 실추될 위험 - 그로 인한 금전적 손실. 카렌이 처음부터 '악녀'는 아니었을 게다. 아서를 죽이고자 한 것도 애초에 의도한 일은 아니었다. 자신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니, 진실이 드러날 위험(?)이 커지게 되니 진실을 은폐하고 사람을 죽인다. '돈'과 '명성'에 대한 거짓된 욕망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잘 볼 수 있다.

 '마이클 클레이튼'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들 역시 카렌처럼 거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영향 속에 살아가고 있다. 거대한 진실을 은폐하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하진 않지만.


▲ 마이클 클레이튼의 비서 왈 "합병한다고 해도 우린 괜찮겠죠?" 

 KBL의 합병 소문에 마이클 클레이튼의 비서는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합병이란 것이 오너와 투자자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월급 받아먹고 사는 힘 없는 깨갱이들에게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주세요. 효율적인 조직 재정비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은가.


▲ 격앙된 클레이튼의 형. "너 땜시 은퇴 18개월 앞두고 연금 없이 잘릴 수도 있다고, 쨔샤!"

 마이클 클레이튼의 형도 마찬가지이다. 마이클 클레이튼이 아서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NYPD인 형의 불법적인 도움- 마이클 클레이튼이 도와달라고 억지 부려서 - 을 등에 업는다. 하지만 카렌의 꼬붕들 때문에 '불법적인 도움'이 발각된다. 이 때 클레이튼 형이 벼락 같은 화를 낸다. "너 땜시 은퇴 18개월 앞두고 연금 없이 잘릴 수 있어! 들키면 안 된다고 했잖아 짜샤~~~"

 사실 (카렌만이 아니라)모두가 자본의 영향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 속에 일상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이끌고 있는 자본의 힘을 보게 된다. 이것이 '마이클 클레이튼'의 또 한 가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태안, 기름 바다가 생각나다

 태안 이야기가 쏙 들어간 느낌이다. 애초부터 사건의 전말을 다루는 언론사는 많지 않았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행렬'이라는 코드로 사건을 미화하듯 보도했다. 하지만 사건을 일으킨 중심에는 분명 삼성중공업이 있지 않은가!



▲ 태안의 기름 바닷물


마이클 클레이튼을 보며 태안이 생각났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태안 주민들,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무수한 생명들. 금전적인 보상의 문제를 떠나서 삼성중공업은 진심으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했는가!

▲ 삼성중공업에 항의하는 피해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


고통받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우야무야 넘어가려는 삼성 중공업의 태도.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구도를 만들어낸 삼성 중공업. 그들 역시 자본의 지배 속에 길들여져 진실 앞에 직면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혹은 '삼성'이라는 이름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 역시 무너진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온 국민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본이 우리 삶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냉정히 판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by 현기쯩 | 2008/03/01 09:15 | Hyun's Toda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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